“현장학습 가서 우리 이쁜 학생들 사진 200장 찍어줬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애는 5장만 나왔나요?’ ‘왜 우리 애 표정이 안 좋나요?’라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교육부 장관님, 이런 민원 문제 해결해줄 수 있으십니까?”
이달 초 교육부가 마련한 현장체험학습 간담회에서 강석조(34)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이 담긴 1분짜리 유튜브 쇼츠는 24일 기준 조회수가 1127만회에 달하고, 댓글은 2만여개 달렸다. 현실 풍자 프로그램에도 소재로 등장했다. 10년차 인천 지역 초등교사에서 갑자기 ‘유튜브 스타’가 된 강 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만큼 화제가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학교 현장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는 데 대해 많은 분들이 놀란 것 같다”고 했다. 전국 3만5000명 교사가 가입된 초등교사노조는 2020년 출범했다. 지난 1월 선거에서 당선된 강 위원장은 2029년까지 노조를 이끈다.
-교육부는 간담회에 초등교사노조를 초대하지 않았는데, 왜 갔나.
“대통령이 ‘구더기 무서워서 장독 없애면 안 된다’고 했을 때 교육부 장관이 ‘네, 그렇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동안 구더기(민원, 안전사고)가 두려워도 열심히 장(현장체험학습)을 만들어 왔지만, 악성 민원과 사고로 교사 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현실 때문에 더는 갈 수 없게 된 것인데 말이다. 교사 출신 교육부 장관이 왜 그렇게밖에 답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고, 교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장관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성 민원이 그렇게 심각한가.
“‘우리 애 사진이 5장뿐’이라며 화내는 게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왜 우리 애 팔 한쪽이 잘려 보이게 사진을 찍었나’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애가 물건을 놓고 왔는데 가져다 달라’ 등 별별 민원이 많다. 최근 한 달 동안 민원 등에 시달려 병가에 들어간 교사만 주변에 6명이다. 어떤 선생님은 ‘우리 애가 그림을 못 그리는데 왜 그림 그리기를 많이 해서 아이한테 상처를 주느냐’는 민원에 시달리다 그림 그리기를 안 하기로 했다. 현장체험학습뿐 아니라 운동회, 과학 실험이 축소되는 것도 다 같은 이유다. 결국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한 명 때문에 선량한 대다수 학생이 피해를 본다.”
-학부모의 의견 제시나 걱정을 모두 악성 민원 취급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사에게 무조건 전화부터 하는 게 문제다. 한번은 한 학부모가 ‘현장학습 끝나고 애가 집에 와서 우는데 왜 그러는 거냐’고 전화가 왔다.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어떻게 선생님이 아이가 우는 이유도 모르냐’고 하더라. 알고 보니 아이가 학원에서 마음 상한 일이 있어 울었던 것이었다. 교사를 교육 전문가가 아닌, 자녀 일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육부도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을 여러 번 발표했다.
“학교마다 민원 대응팀을 만들라고 했는데, 대다수 교사들은 대응팀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 학부모가 민원 대응팀에 연락해도 대응팀은 담임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민원에 시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민원은 대응팀 선에서 끝내고,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교권 침해 피해 교사의 마음 돌봄 휴가를 10일로 늘리는 등 다른 대책들도 다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다. 이런 것으로 교권 침해를 막을 순 없다.”
-교사 단체들은 현장학습 때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권을 달라고 주장하는데.
“면책권이 보장돼도 현장학습을 안 가는 학교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아동복지법이다. 악성 민원을 하는 학부모는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금지’ 규정을 무기 삼아 교사에게 ‘아동 학대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실제 고소한다. 교사에 대한 아동 학대 신고의 98%가 불기소된 것만 봐도 ‘무고성 고소’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결국 무고로 드러나더라도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교사는 너무 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아이들 교육에도 집중할 수 없다.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정서적 학대’ 신고 대상에서 교사를 제외해야 한다. 이 법이 그대로 있는 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