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의 연회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당시에도 테이블 위 샴페인은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향을 맡아보고, 입에 머금어본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그 술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달달한 느낌이 순식간에 혀를 감싸기 때문이죠.
1882년 영국의 와인 저술가 헨리 비제텔리가 당시 시장별 샴페인 당도를 분류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러시아행 샴페인에는 리터당 275~330g의 설탕이 들어갔습니다. 코카콜라의 당분이 리터당 100g을 조금 넘으니, 콜라보다 세 배 가까이 단 술이었던 셈입니다.
러시아만이 아닙니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행은 165~200g, 미국행은 110~165g. 당시 샴페인은 식사 뒤에 마시는 디저트 와인이었고, 설탕이 사치품이던 시절 단맛은 곧 부의 과시였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식탁에서는 그것도 모자라 잔에 설탕을 숟가락으로 퍼 넣어 마셨다는 기록이, 뵈브 클리코 여사와 러시아 거래처가 주고받은 편지에 남아 있죠.
그런데 이 분류표에서 튀는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영국행: 22~66g. 유일하게 자릿수가 다릅니다. 런던만 “설탕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던 겁니다. 같은 술을 시장마다 다른 레시피로 팔던 시대에, 한 도시의 취향은 결국 제품의 세계 표준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샴페인 포도는 한 송이도 나지 않는 나라, 영국은 어떻게 현대 샴페인의 맛과 얼굴을 설계하게 됐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