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를 바꾼 한 미국 군인의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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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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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 위기의 덕수궁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낸 어느 미국인 군인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전쟁 중 서울 수복 작전에 참여했던 고(故) 제임스 해밀턴 딜 중위(1998년 작고)는 긴박한 순간에 침착한 대응을 통해 덕수궁 폭파를 막았다고 한다.

그가 쓴 ‘문골리에서 16일간’(Sixteen Days of Mungol-li)은 한국전에 참전 당시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일기의 내용 중 1950년 9월 말의 서울 수복 작전과 관련된 일화가 뒤늦게 알려지며 놀라움을 안겼다.

[사진 KBS1 '역사 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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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포대에서 공격 명령을 내리는 임무를 맡고 있던 딜 중위는 인천 상륙 작전과 서울 수복 작전에 참여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포대 공격을 지휘하던 중 덕수궁에 인민군 수백 명이 집결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포격 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의 궁궐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적을 궤멸시키기 위해 한 국가의 소중한 유물을 사라지게 하는 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딜 중위는 상관을 설득시켜 포격을 막고 적군이 덕수궁을 나와 을지로와 태평로에 도달했을 때 공격을 개시했다.

[사진 KBS1 '역사 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사진 KBS1 '역사 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군인 한 사람의 양심적인 판단이 한국의 문화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오늘날 덕수궁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흐뭇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는 달라스 한인문화재단 조진태 박사의 번역을 거쳐 1996년 국방군사연구소 한국전쟁 참전수기에 실렸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인 1996년, 다행히 그의 생전에 우리 정부는 감사패를 전달함으로써 고마움을 표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그의 묘비에도 ‘KOREA’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사진 KBS1 '역사 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사진 KBS1 '역사 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덕수궁을 사진으로만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역사를 바꾼 결단이다" "돌담길도 못 걸었겠다" 등 그의 영웅적인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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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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